http://lifeislove.kr/LILY/9896"The Man From Earth" 라는 영화를 혹시 보신 분 계신가요? 저는 감히 이 영화를 SF사상 최고 수준의 영화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난 SF별로 안 좋아하는데? 노노..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멍하게 생각에 잠길 거라 확신합니다. 인간을, 삶을 완전히 다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한편의 영화가 나 자신을 이토록 전율케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할 수 있는가를 충격적인 느낌으로 되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출처: http://song.mybada.com/Remarkable/owner/entry/edit/713

영화 소개가 무척이나 격정적인 느낌이죠? ㅎㅎ 대단한 영화인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이 영화는 SF영화가 가지는 그 흔한 CG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어딘가로 떠날려고 계획하는 주인공의 집에 모인 일곱 사람들의 담화로 런닝 타임 100분을 다 채웁니다. 단지 대화와 논쟁과 토론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초저예산 영화입니다. 허나 그 충격감은 가히 가공할 만한 SF를 넘어섭니다.

영화에 대한 부풀림을 이만큼 했으니, 슬 얘기를 시작해야겠네요 ^^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상특급(Twilight Zone)으로 알려진 TV시리즈물의 작가 제롬 빅스비가 무려 38년동안 세월을 걸려서 만든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영화의 내용은 불사병(不死病)에 걸려 무려 14,000년을 살아온 남자와 그의 친구들과의 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크료마뇽인으로서 삶을 시작, 35살 이후로 젊어지지도 늙지도 않는 영생의 존재로서 살아갑니다. 때문에 지구상의 수많은 지형적/기후적 변화와 종의 진화를 경험하였고, 시대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직접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http://www.film-festival.org/DSmith.jpg 그림이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에러가 있습니다.
http://www.film-festival.org/Vortex_IntroB.php


고흐도 그의 친구였고, 콜롬부스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서리 ㅎㅎ 꼭 함 보세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14,000년을 살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처음엔 믿지를 못합니다. 아니, 믿지 못한다라는 말보다는 그렇게 긴 역사를 살았다면... 인간이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다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어떤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지... 그 긴 시간의 기억들에 대해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하죠.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불노영생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대륙이 변하고, 기후가 변하고.. 지금은 바다로 덮여있던 대륙이 한때는 붙어 있거나 수면위로 올라와 있어 그곳을 건너갔던 기억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들과의 조우, 부처와... 그리고 예수와의 만남, 수많은 역사적 발견과 과학적 발견의 순간들, 전쟁의 경험들... 이런 경험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http://abyss.uoregon.edu/~js/images/age_of_the_earth.gif
http://abyss.uoregon.edu/~js/lectures/age_of_the_earth/age_of_the_earth.html

한 인간이 짧은 시간에 학교나 어른들/주위로부터 들었거나 책으로 학습한 지식이 아니라 전 인류 역사의 매 순간을 직접 경험한 자의 지혜나 지식의 수준은 어떨까요. 엄청난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을까요? 사람에 관한.. 삶에 관한 통찰력은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요.

반면에 14,000년동안 만났던 수많은 연인들의 기억은 어떨까요? ㅎㅎ 넉넉잡아 한 사람과 50년을 산다고 쳤을 때, 다른 연애나 곁눈질 없이 무조건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았다고 가정하기만 해도 280명이라는 여자를 만났을텐데 말입니다. 그의 자손은? 자기는 죽지 않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자녀는 늙어 죽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을 남자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영화에는 수많은 담론이 등장하는데, 제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 세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느낀바 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
축척된 과거의 기억? 미안하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은 그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들어선다고 생각해보라. 한동안은 옛날에 살았던 곳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 기억은 새로운 기억에 의해 지워져 버리고 만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무리 애쓸려고 해도 과거의 모습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한 순간의 강렬한 기억조차 FACT로서만 남아있을 뿐이다... 고흐가 나의 친구였다는 사실, 부처를 만났다는 사실 그런 것들은 계속 기억으로서 가치가 있어 나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다.

축적된 지식이나 지혜에 관하여:

한 때 교수로서 연구를 했고,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과학적 발견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연구와 공부에 할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의 보통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의 지식과 지혜 밖에 없다. 왜. 아무리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해도 그것은 결국 쓸모없는 지식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저 새로이 발견되는 지식의 극소수의 부분만 접할 뿐이다. 특히나 과학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일수록 나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발견되는 지식만을 접할 뿐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현 세대의 지식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셈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대의 지식이 과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다 아는 시대에 무슨 소용이겠는가. 삶의 지혜도 마찬가지. 21세기 이 순간, 첨단의 시대에서조차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있다. 14,000년이 지난 이 순간에서조차. 결국 나는 현 시대를 앞서갈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던 사람과 자녀들을 보내주어야 한다. 결국은 늙어 죽게 마련이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도 필연적으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함이나 끌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느끼면 떨쳐낼 수 없으니까. 이것들은 삶 속에서 언제나 찾아오는 것들이다. 단지, 사랑에 영원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부질없는 바램일 뿐이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오래 산다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가장 최신 기억의 snapshot만을 가지고 살 뿐입니다. 기억들은 결국 새로운 것들로 overwrite 가 일어나고 과거의 기억은 흔적만 남거나 그 마저도 덮어써져 지워져 버리고 맙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조차, 평생 잊혀지지 않을 기억의 공간으로 남을 것 같지만, 결국엔 그 마저도 희미하게 흔적만 남는걸 보면 이해할 수 있죠.

오직 나의 생각과 마음이, 지식과 지혜가 머무르는 곳은 그저 지금 이 순간 그 자체일 뿐입니다. 예수와 부처가, 그리고 신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궁극의 말은 바로 "삶의 장소는 여기라는 것,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에 충실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가자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 물 흐르듯이 나의 생각과 의식을 보내주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찌보면 참 당연한 말이죠. 허나 가끔씩은 잊고 삽니다. 수많은 철학자와 초월한 존재들이 알리고 싶었던 이 단순한 깨달음. 그것이 우리 삶의 행복의 열쇠인데 말입니다 ^^ 수십년 안에 인간의 수명은 190살까지 살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번 세기 안에 어쩌면 영생의 비밀을 얻을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다면, 그 때는 무엇이 우리에게 제일 중요할까요? ㅎㅎ

날씨가 근래에 많이 더워졌는데 아무쪼록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