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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찰스 핸디의 포트 폴리오 인생이라는 책을 읽고 있답니다. 역시나 세계적 거장이 다르긴 다르군요. '세계적'이다 함은 어느 나라 사람들을 막론하고 동의할만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거나 사람들에게 통하는 호소력있는 STORYTELLING을 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잖아요.

책 페이지 페이지마다 어찌나 주옥같은 말들이 많은지, 단순히 이런게 옳다 저런게 옳다 하고 당위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사는 모습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그냥 넘어갈수만은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네요.

오늘 읽은 내용 중에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 중의 하나는 제목에서처럼 우리가 역사의 한부분에서 어떻게 기억되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왜 사는 걸까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무언가를 추구합니다. 본인의 동의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해서 그냥 살다가 가기에는 참 허무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내가 만약 한달 안에 죽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무리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한달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가 삶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해서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의 마지막 숨가쁜 호흡 속에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제 아버지는 제가 알 수 없는 눈물을 가득 쏟으셨습니다. 저는 무슨 생각으로 생애의 마지막을 준비할까요. 만약 거기서한달을 더 살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을 하려고 들까요. 어짜피 죽을거 다 포기하고 쉬다가 갈까요...

좋든 싫든 우리는 언젠가 생을 마감해야 합니다. 그 시기는 때 아니게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죠. 제가 100살을 넘게 산다고 해서 과연 생이 길었다고 느낄까요. 절대 아닐 거라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20대만 넘으면, 생의 후반부를 살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는 점입니다. 스물 세네살만 넘어가면, 우리는 무슨 말년에 사는 것 처럼 우리 스스로를 바라봅니다. 20대 초반에는 나의 젊은 시절이 갔다고 슬퍼하고, 후반에는 나의 청춘이 갔다고 슬퍼하고, 30대에는 이제 누군가의 삶을 책임져야 하고, 내 맘대로 살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어 삶에 휩쓸려 다닌다고 후회합니다. 30대부터는 스스로도 더 이상 청년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중년이죠 ㅋㅋ 40대가 되어서는 벌써 중년의 후반부쯤 됩니다. 50대가 되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ㅎㅎ (70대 80대가 되어도 우리의 마음은 10대와 20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열정도 그대로인데... )

결국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 하루의 삶에 초조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를 그저 그냥 보내면 왠지 후회할 것 같고, 1년이 마감하는 순간이 되면 더욱 더 갑갑하고... 뭔가 만들어 내지 않으면, 뭔가 자격증이나 증명 같은것을 받아놓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고... 때에 맞게 나의 모습이 변해있지 않으면 능력이 없어 보이고 (결혼이나 출산 같은것도 포함되겠죠)... 이러면서도 적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내 집 장만이라던가, 로또 당첨이라던가, 재테크와 같은 것들에 열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에 우리가 부딪히는 절대 절명의 고통은... 결국 '나는 잊혀진다'입니다. 나는 아직 떠나고 싶지 않고, 아직 잊혀지고 싶지 않다...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 나의 육신의 뼛조각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버리고 내가 사랑했고 내가 몸바쳐 일했던 모든 것들은 나를 청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년만 지나면, 대부분 잊혀져 버립니다.


우리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집착하고, 끊임없는 사랑을 열망하고, 삶에서의 의미를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결국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견고한 그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찬우 녀석은 어찌나 낯을 안 가리는지 만나는 사람이 다 자기 친구입니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아빠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전혀 게의치 않고 뛰어놀죠. 그런데, 집에 와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혼자 놀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잠을 자거나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자기 옆에 있도록 요구를 합니다. 곁에서 꼭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보고만 있어도 녀석은 혼자서 잘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재감이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요. 나란 존재는 상대가 없이는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니까요. 본능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내가 누군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면 외로움도 참고 견딜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삶의 무기력함과 외로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별을 경험할 때(특히나 차일 때 -.-;) 내가 가중치를 높이 부여하는 사람으로부터 잊혀진다는 사실에 자아의 큰 부분이 일종의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슬프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몇번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죠.

어떻게든 우리는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계속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입니다. 성공, 사랑, 열정,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빛나기를 바라고, 그 빛남을 자신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각인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게 아닐까요. 가능한한 오랫동안..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요.

핸디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결국에는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썼느냐'로 기억된다는 사실이다. 무덤 주인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해서 묘비에 기록해 놓은들 지나가는 살마 누가 거기서 감명을 받겠는가? 중요한 것은 수백만 달러로 무엇을 했느냐다.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가졌느냐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근사한 집을, 지속가능한 수입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만족스러울까요.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이 막대한 돈을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교육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물론 여기에는 역시나 투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습니다만, 저는 전적으로 동의를 못하겠네요).

우리 삶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겨지고 싶은가. 세상에 어떤 의미로든, 의미를 '남기고 싶고', 남겨두고 떠나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삶에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가...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소위 '진정한 삶의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 삶의 의미란건 결국 이런 '남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일수록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고 만족해 하는 것을 볼수록 우리가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듯이 말입니다.

우리네 인간이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 거대한 세상에서 의미를 가지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쩌면 교만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교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쓴 책들은 모두 버려져 재활용되고 생각들은 망각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고 가르친다. 왜일까? 창의 빈 곳을 메우고 싶기 때문에, 그리하여 죽기 전에 나의 모든 면모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 자체가 나의 완전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이다. 변화해온 삶 속에 등장했던 여러 찰스 핸디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만나고 성찰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이다.

엘리엇의 시구처럼,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우리가 모험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삶이 끝나는 순간이리라.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나의 모험은 계속될 밖에.


멋지지 않나요? 여러분은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으세요. 어떤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어떤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계신지요. 아직 모르고 계신 분도 많죠? 그렇다면 여정을 떠나요. 삶의 끝에 가서 나의 개척되지 못한,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이 남아있음을 후회하지 말도록 말입니다.

http://www.onepine.info/Images/handy.jpg 그림이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에러가 있습니다.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 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경영은 시작된다!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 찰스 핸디. 매니지먼트와 삶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수년 동안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었으며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좁게는 기업의 공간 활용에서부터 넓게는 자기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찰스 핸디의 지혜와 통찰을 수록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꼭 만들어야 할 모든 선택(결혼, 교육, 생활공간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